장마가 끈끈하다는 표현보다는 습하다란 말이 더 어울리는 거 같다. 예전에 에어컨이 빵빵하지 않았던 시간 속에는 이맘때 끈끈한 피부가 불쾌감을 불러오곤 했다. 하지만 이젠 제습기능이 딸린 에어컨 덕분에 뽀송한 장마를 보내고 있다. 빨랫감도 후끈한 건조기 덕에 보들보들한 수건으로 닦아낼 수 있게 됐다. 윙윙거리며 평안함을 깨는 모기는 변함이 없다. 잠깐 방심하면 생기는 반갑지 않은 날벌레들도 변함이 없다. 변해서 좋은 것들과 변하지 않아서 끊임없이 불편한 것들 처럼 우리 마음도 바뀌는 것과 꾸준한 것 그리고 바뀔 수 없는 것이 있다.
어느 새 초여름이 훌쩍 다가왔다. 세차하고 신호등을 지나자마자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이 6월 장마를 예고하는 듯 했다. 이제 장마비와 같이 아이들 기말고사가 기다리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알게모르게 긴장하는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다. 수업을 하는 학원 선생님 근심은 콘크리트 같이 무겁기만하다. 그만큼은 아니지만 아이를 쳐다보는 엄마 가슴은 벙어리 냉가슴을 넘어 샌드백이 되어가고 있다. 해맑은 우리 아이들만 머리와 가슴이 따로 움직이는 마술에 걸려 있어 시험이 끝난 후를 기다리는 모습이 안타까우면서도 야속하기가 말할 수 없다.아이들
입양아의 친부모를 찾아주는 좋은 일을 하시는 대표님을 만나고 왔다. 개인적인 인연을 맺어 오랜 신뢰가 쌓이다 보니 그들의 사연을 하나씩 열어보게 되셨다고 한다. 한 때는 입양에 대한 오명을 덮어쓸 만큼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아픈 사연 속에는 버리는 부모와 버림받은 자식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쩔 수 없는 사연 속에 뿌리 깊은 오해로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은 곪은 상처를 껴안고 평생을 아파하는 삶이 있다.나도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보육시설이 있다. 지난 겨울에 그 곳에서 입양으로 떠난 2명의 아이들을
아주 오랫동안 관리를 하며 돌보던 학생이 있었다. 항상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잔소리를 많이 했던 기억이 있다. 그 학생에게 제일 많이 했던 말이 "넌, 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넌 잘 할 거야."라는 격려를 가장한 협박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엉덩이에 힘주고 시간만 늘리면 다른 학생들 만큼 좋은 성적을 받기도 하고, 욕심내고 매달리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다 못해 뿌듯함까지 덤으로 받을 만큼 정이 가는 학생이었다. 코칭선생님과 학생으로 만나서 밀당을 제대로 하며 긴 시간을 함께 했었다.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아이는 대입에 대한 두려
봄의 한 가운데 초록의 최고 아름다움을 뽐내는 5월이다. 어느 새 시간이 흘러 아이들 중간고사가 마무리 되는 시기가 됐다. 이제 아이들이 학교 적응도 끝나고 삼삼오오 모여 친구로 즐거운 시간이 한창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 사무실에 꼬마 손님이 엄머랑 계단을 숨차게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시원한 물 한 잔에 힘든 발걸음을 진정시키더니 엄마를 챙기는 제법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 초등학교 5학년 아이는 유학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에 가서 공브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맹랑하다 싶은 생각에
앙상하게 마른 채 서 있던 가로수가 어느새 보송보송 초록으로 싸이고 있다. 그많던 나뭇잎이 낙엽으로 떨어져 벌거숭이가 되더니 깊은 겨울 잠으로 재충전을 하고 파릇파릇해지기 시작하더니 하루가 다르다. 정말 시간이 빠르다. 금세 무성한 나뭇잎으로 뒤덮일 나무를 아침 저녁으로 만나는 소감이 달라진다.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어린이가 아니라 청소년이라는 계급으로 승진하는 기분이 든다. 6년의 초등시간에 비해 교복입고 과목마다 다른 선생님과 조례, 종례 때만 마주치는 담임 선생님의 무게도 초등 담임선생님과는 다르다고 생각되나 보다. 마냥 철없이
주말에 좋은부모교육을 추구하는 모임에 다녀왔다. 좋은 부모를 넘어 좋은 어른이 되고자 하는 어른의 모임이었다. '좋다'라는 사전적 의미에서 적절한 뜻은 '성품이나 인격 따위가 원만하거나 선하다' 이다. 모임에서 처음 만난 소장님 말씀이 아이에게 부모가 미치는 영향은 96% 정도 이며 부모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셨다. 소장님 말씀에 백만 배 공감한다. 때때로 집에서 잠만 자고 오면 원상복귀하며 답답해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한숨짓던 내 마음을 대변해 주셨다. 내 아이에게 부모는 언제나 좋은 부모가 되려고 애를 쓴다. 일부러 둘도 아니고
탐스런 목련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양재천 가로수 벚꽃도 개화를 준비하는 모습이 바빠보인다. 햇빛이 많이 드는 가지에 꽃이 아무래도 먼저 얼굴울 내밀고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활짝 피는 그 시기는 양쪽이 만개하는 모습에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모든 것이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때가 되면 제자리를 찾아 간다. 기다리는 시간에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면 알아서 늦지않게 자리 잡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얼마 전에 '서른 아홉'이라는 드라마를 보며 딸 아이와 서로 먼저 가지 말고 남지 않게 하자고 이불 위에서 씨름을 했다. 이 세상을
봄이 왔다. 지나는 길에 노오란 개나리가 보이지 않아 아직 봄이 친해지지 않았다. 학교 올라가는 길에는 유난히 개나리가 많은 것 같다. 긴가지로 늘어진 개나리 뭉치를 보는 순간 옆에 붙어 있는 향기로 봄이 지나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요즘 순간순간에 만나는 감정에 '부모'라는 키워드를 자주 떠올리게 된다. 부모님께서 나란히 사랑하는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며 찾아오시는 경우가 잦아졌다. 두 분이 나누시는 말씀을 듣다보면 우리나라 부부들이 결혼 전에 연애를 소심하게 하셨구나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두 분의 대화가 성숙하지 못함을 자주 들
봄비가 흠뻑 내렸다. 이제 곧 봄소식이 한창일 게다. 탐스런 목련과 노란 개나리가 제일 먼저 얼굴울 보여주리라 기다려본다. 꽃이 활짝 피고지고 나면 금세 벚꽃이 만개를 하며 중간고사가 기다리고 있다. 새학년 새학기 첫 시험이란 것이 마음을 조급하게 한다. 나무가지만 늘어져 있는 모습은 삭막했지만 어느새 피는 꽃을 보면 마음이 뿌듯해진다. 나무가 꽃을 피우기 위해 겨우내 나목으로 떨고 있었다. 꽃이 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무를 그대로 두고 기다렸다. 꽃이 피는 것을 우리는 믿고 기다린 것이다.우리는 어른이다. 자연의 규칙뿐 아니라
환절기 감기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질병이다. 감기가 무서운 질병이라고 생각하며 두려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알고보면 감기라는 흔한 질병은 사람의 생사를 흔드는 무서운 질병이란 것도 알고 있다. 어쩌면 너무 흔해서 그것의 경중을 따지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학생들에게 학습, 공부라는 것이 감기 같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공부가 중요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일상이라고 여기다보니 특별하지 않고 잠시후, 내일로 미뤄도 큰일이 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다. 우리에게 공부란 이런 것이다. 나를 저버리지 않고 언
부산광역시교육청은 학교-지자체-유관기관 연계를 위한 교육협력센터 운영 및 선도지구 연계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부산광역시와 대표적인 대학인 부산대, 부경대, 동의대, 동서대는 대학이 MOU를 통해 선도지구 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부산지역의 대학들이 대학의 인프라를 활용한 대학연계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한국거래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유관 기관의 MOU를 통해 전문가 수업 지원 및 금융해양 분야의 교수학습자료 개발과 교원 연수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교 교육과정 협
이번 주에 드라마를 보았다. IMF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느라 경제 주체만 힘들었다고 생각했다. 그 해에 나는 학부모로 첫발을 떼던 해였다. 입학식 끝나고 질문있으면 하라던 담임선생님 말씀에 개구쟁이 같은 아이가 손을 번쩍 들더니 " 선생님, IMF가 뭐에요?" 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아이의 할아버지께서 지팡이로 아이를 혼내시려던 모습에 모두 웃었었다. 힘들다, 어렵다, 두렵다고는 생각했지만 피부로 느껴지지 않았었던지 아이의 행동이 귀엽다고 다들 웃을 수 있었나보다. 드라마 속에서는 재벌 가
이 세상에 엄마와 아빠의 만남이 없이 태어난 아가는 없다. 조건에 충족이 되어야 아가가 세상에 초대를 받게 되는 것이고 부모와 만나게 된다. 언젠가 어느 설명회에서 강사가 학습에 대한 강의 도중 엄마의 존재로 더 안스러운 아이가 있다고 했다. 내가 다니는 보육원 원장님도 비슷한 말씀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하셨다. 물론 두 분이 하신 말씀이 아주 단편적인 모습에서만 느끼는 안타까움이란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완전한 부모라도 항상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때문에 이 상황을 이해한다. 고등학교 윤리시간에
한국에서 부모로 살기가 힘들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학생으로 살아남기란 녹록하지 않다. 이래도 저래도 쉬운 일은 한 가지도 없는 듯하다. 다른 나라는 쉬울까? 글쎄 나는 그리 많은 곳을 다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내가 듣고 읽고 눈치로 알아보는 것만 따져서 어느 나라든 입시는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결국 마음 먹고 덤비는 입시는 어느 곳에나 있기 마련이다.자유학년제와 고교학점제의 연관성은 얼마나 되는 지 생각해 볼 여유가 있으셨나 모르겠다. 진로와 진학이 한 세트로 묶여서 고민을 안기듯이 자유학년제와 고교학점제는 형과
다시 밝아오는 새해 이다. 한 해가 시작되는 1월 1일을 지내면 우리는 설이라는 이름으로 음력 1월 1일을 맞이한다. 매해 새해를 두 번 맞이하며 드는 생각은 언제 시작을 해야 하는 것인지 선택을 하는 시간을 정할 때이다. 다이어리도 1월 1일이 시작인데 다시 부족한 칸을 음력설로 다시 채울 기회를 받는 것이 모양새가 좋은지 갸우뚱해 질 때도 망설이게 된다. 하지만 망설임은 잠깐이며 용감하게 다이어리 중간을 잡아 연필을 들고 선을 긋게 되는 자신을 칭찬해 본다.시작을 준비하고 계획을 세우는 시간이 항상 1일이어야 하는 이유는 없다.
진로컨설팅을 했다. 학생과 부모님을 만나기 전에 들은 정보는 간단했다. 진학하고 싶은 대학과 학과를 깔끔하게 적어냈다. 내신 성적과 모의고사 등급을 말하는 학생의 입가는 "수능최저등급은 자신있어요." 라고 말하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원점수를 물어봤는데 학생은 수시 지원을 목표로 한다면서 계속 등급으로 대답을 했다. 고등학교 재학생과 입시를 치르지 않은 고등학생 학부모님은 큰오해를 가지고 있다.모의고사 등급이 자신이 지켜야 하는 경계라고 믿고 있다. 자신이 몇 개를 틀리고 원점수가 몇 점인지 잘 기억하고 있지 않다. 등급만 기억하고
중학생이 되는 초등의 설레임은 기대감이 있다. 처음 입게 되는 교복과 무서운 선배님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도 초등학교 때와는 다르다. 전부는 아니지만 가끔 듣는 선배님들 이야기는 즐겨보는 웹툰의 한 페이지 같아서 웃기지만 단순하게 웃을 수 없게 한다. 고등학교 입학은 대입이라는 경기장에 입장하는 선수들 같은 부담을 갖게 된다. 상대방 선수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반드시 우승을 해야한다는 의무감을 안고 막연한 승부감을 껴안게 된다.상급학교 진학을 앞두고 1+1처럼 딸려오는 고민이 진로다. 진로와 진학은 찰떡궁합이다. 뗄레야 뗄 수
2022 입시의 大尾인 정시가 막바지에 왔다. 입시 문턱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는 당사자들은 아마도 숨이 꼴딱거리는 순간을 아찔해 할 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올 해 수시추합은 돌아가는 곳만 도는 것인지 원활하지 못한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아쉽기도 했다.입시라는 테두리에서 멀어지고 싶은 나의 마음과는 다르게 벗어나길 원하지 않는 다른 마음이 뿌리를 뽑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진로를 기반으로 하는 진학'이라고 포장해서 리본을 묶은 선물 상자를 상품으로 고집부리기로 했다. 얄팍한 수를 누구라도 눈치챌거라 비웃음거리가 되기를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에 무수히 들었던 칭찬이 사탕발림이었다는 것은 초등학교 입학식 끝나고 공개수업에서 환상이 와장창 깨졌다. 생각해 보면 크게 못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있을 게 없는 시간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그리는 것만으로도 칭찬을 해야 하는 것이 어른이었다. 아직 아이의 손은 약하니까 말이다. 당연한 것을 조금 빨리하고 틀리지 않고 해내면 바로 칭찬을 해야 하는 게 아이에 대한 예의였다고 기억이 된다. 엄마들은 이유도 없는 칭찬에 아이를 산꼭대기에 앉혀놓는 일을 서슴없이 한다. 최고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와 근거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