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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훈의 퍼스트클래스

평균경쟁률 216.8대 1은 어떤 문제를 풀까요

2022. 09. 28 by 조창훈 기자

한양대 인문계열 논술은 35명만 선발합니다. 올해 경쟁률은 216.83대 입니다. 

문제는 1문제 90분안에 풉니다.

 답안지는 검정색 펜(샤프, 볼펜, 연필)으로 작성합니다.

문제와 지문입니다

 

[문제] (가)의 ㉠을 갖춘 유권자라면

(나)의 밑줄 친 ‘빨간 버스의 구호’를 보고 어떤 질문들을 할지 구체적으로 설명한 후, (다)의 국가 A, B가 처한 ㉡의 문제를 각각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안하시오.

(1200자, 100점)

 

(가)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말들이 있다. 교육의 기회가 부족했던 과거에는 문맹(文盲)이라는 말을 주로 썼다. 이 말은 글자를 익히지 못해 자유자재로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상태를 뜻한다. 그래서 한글 해득을 강조하는 탈문맹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글자 자체를 다루는 일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 요즘에는 문해력(文解力)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문해 력이란 글자 기호의 해득을 넘어서 그것이 표현하고 있는 정보와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이다. 사람들은 이 말을 ‘글을 풀어내는 힘’ 정도의 뜻으로 보고 주로 학교 공부나 성적 등과 관련지어 사용한다.
그런데 문맹이나 문해력이라는 용어는 모두 ㉠리터러시(literacy)라는 말에서 왔다. 리터러시란 다양한 내용과 형식의 글, 정보, 자료들을 ‘읽고 쓰는 일 또는 그런 능력’이다. 그래서 리터러시를 갖추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글자를 해득해야 하고 글의 내용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리터러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리터러시는 글자와 정보의 처리를 넘어서 다양한 텍스트를 읽고 사용하여 복잡한 생활 세계의 의사 결정 및 문제 해결 과정에 합리적이면서도 비판적으로 참여하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브라질의 지성인 파울로 프레이리(Paulo Freire)는 리터러시를 정의하면서 ‘정신의 관료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은 눈앞에 보이는 정보 그 자체만을 기계적으로 다루는 구태의연한 독자가 되지 말라는 조언이자, 누군가가 정해준 방식 으로 읽거나 분석과 판단 없이 피상적으로 읽는 것에 익숙해지지 말라는 충고이다. 관료적 읽기에는 날카로운 문제 의식이 스며들 틈이 없고, 비판적으로 질문하는 유연성이 발휘될 여유도 없다.
우리가 다양한 매체로 읽고 쓰면서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고 공부와 일을 한다는 점에서 리터러시는 개인의 성장과 성공을 위해서 꼭 필요한 학습 도구다. 하지만 리터러시의 경험은 단지 개인사로만 남지 않는다. 깨어있는 시민은 함께 읽고 쓰면서 공동체의 문제를 협력적으로 해결하고, 새로운 변화의 의제를 설정하며, 대안적 미래를 토론하는 일에 부지런하다. 따지고 보면, 인류 문명사의 수많은 변화와 진보가 함께 읽고 생각하는 경험을 통해서 실현되었다. 세상을 읽고 쓰는 방식인 리터러시는 우리가 공동체적 질문과 사유를 통해서 공유된 성찰과 비전을 도모하고 모두가 행복한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갈 때 반드시 요구되는 사회 변혁의 도구인 것이다.


주어진 짧은 글에서 정보를 취하는 능력만으로는 합리적 시민의 자질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 다양한 형식과 내용, 다양한 목적과 의도를 가진 수많은 문서, 광고, 선전 문구, 인포그래픽, 각종 미디어 텍스트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좀 더 정밀하게 읽고 날카롭게 판단하는 주체가 될 필요가 있다. 변화의 시대는 다양한 가능성과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행간에 진실을 감춘 검증되지 않은 자료, 정체와 출처를 알 수 없는 정보,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유통 한다. 시민의 삶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와 여론이 일상적으로 왜곡되고 날로 진화하는 바이러스의 위협과 단번에 지구를 태워 버릴 듯한 기후 재난의 시대에, 우리는 지구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철저하게 읽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리터러시에도 격차가 생긴다는 점이다. 학교와 직장, 온라인과 오프라인, 문화와 정치의 장에서 벌어지는 중요한 의사 결정 앞에서 제대로 읽고 판단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러한 리터러시 격차는 지능과 같은 생득적 요인보다는 후천적으로 경험하는 개인적,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환경의 영향과 그로 인한 학습 기회의 차이로 인해 발생한다. 이는 개인적 성공의 양극화도 가져오지만,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협력적으로 사유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점점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리터러시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먼저, 리터러시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의 영역에 속한 의제임을 분명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리터러시의 성패는 한 개인의 재능이나 노력에만 달려 있지 않다. 리터러시를 제대로 교육하는 것은 후속 세대가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시민으로서 읽고 판단하고 소통할 수 있기를 바라는 나라의 교육 당국이라면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책임이자,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일이다.

ㅇ  이 문제는 요구조건을 맞춰서 쓰면 됩니다

  제시문  (가)의  ‘리터러시’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제시 문  (나)의  ‘빨간  버스의  구호’에  대한  질문들을  리터러시의  관점 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제시문  (다)의  그래프들을  모두  활용하여  ‘리터러시  격차  문제’를  국가별로  추론하여  설명한 후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문  (가)에서  제시한  ‘공공의  의제’와  역할  측면에서  국가별로  제안하면 됩니다.

 

변별력은 결국 빨간 버스의 구호에 대해 어떤 질문을 할 수 있는 지에 달려있습니다.

학교가 발표한 모범 답안은 글자수 배분에 약간 실패해서 다)에 대한 해결방안이 짧은 편입니다. 그래도 질문이 좋아서 우수답안으로 선정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리터러시 청력테스트의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그런데 아주 오래전에도 비슷한 고사가 있었습니다.

진시황기 본기에 나오는 간신 조고의 이야기이죠

시황제 시대의  간신 조고는  진시황의 어리석은 아들 호해를 옹립하고자 장남인 부소, 명장인 몽염에게 자결을 명하는 시황제의 거짓 유서를 날조하여 둘을 제거한 뒤 호해를 황제에 옹립시킵니다. 그 뒤 걸림돌이 될 것 같은 조정 중신들을 하나하나 죽이고 승상의 자리에 오르는데,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이 황제가 될 속셈을 품고 조정 신료들이 자신을 따를지 살피기 위해 어느 날 사슴을 가져와 호해 앞에 바치면서 말을 바친다고 말합니다.
지록위마의 고사입니다.


영문을 몰랐던 호해는 웃으면서 "승상이 잘못 아시는구려, 사슴더러 말이라 한단 말이오?"라고 어이없어 했으나 조고는 계속 말이라며 다시한번 봐달라고 했고 호해는 신료들에게 이게 말로 보이냐고 물었는데 조고는 이 과정에서 뒤돌아 조정 신료들의 반응을 살핍니다.

이런 어이없는 상황에서  신료들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었는데, 말이라고 맞장구 치는 신하, 그리고 말이 아니라 사슴이라고 말하는 신료들, 확답을 피하고 침묵하는 부류입니다.

 조고는 그 뒤 말이 아니라 사슴이라 말한 신료들을 기억해 두었다가 하나하나 숙청합니다. 그렇게 피바람이 한바탕 몰아친 후 조고는  호해 황제를 죽게 만든 뒤 직접 황제에 올랐으나 때마침 일어난 지진에 겁을 먹고 황제에 오르길 포기합니다. 그 대신 황족 자영을 후계자로 임명하는 과정에서 자영의 부하 한담에게 암살당하고 맙니다.

역사가 반복된다면 역사를 모르거나 아니면 역사에 교훈을 깨우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진정으로 어리석은 사람은 당시에는 잘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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